[사이언스칼럼]미래의 초과학
구자용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임효인 기자
- 승인 2020-06-25 13:59
- 수정 2020-06-25 13:59
신문게재 2020-06-26 18면
구자용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
지난 수백 년 동안 인류의 과학과 기술은 폭발하듯 빠르게 발전해왔다. 뉴튼이 프린키피아를 출판했을 때가 1687년이었고 다윈이 종의 기원을 출판했을 때가 1859년이었다. 아인슈타인은 1905년에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했고 양자역학은 1920년대 후반에 거의 틀을 갖추었다. 1947년에는 트랜지스터가 나왔고 1969년에는 달에 사람이 갔다가 돌아왔다. 21세기에 들어와서는 정보통신 혁명과 인공지능 등이 화두가 되고 있으며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지금도 거침없이 계속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물리학자의 관점으로는 100여 년 전에 완성된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 이후 새로운 과학의 발견은 전혀 없다. 최근까지의 눈부신 과학의 발전과 요즘의 인공지능까지 모두 양자역학의 테두리 내의 일들이다.
개인적으로는 1980년대 후반에 또 한 번의 과학혁명이 일어나는 줄 알았다. 개별 원자의 위치는 절대 볼 수 없을 것으로 모두가 생각했는데 원자현미경이 개발되어 1986년에 노벨상을 받았고, 극저온의 금속에서만 일어나던 초전도 현상이 훨씬 높은 온도의 세라믹에서 구현돼 1987년에 노벨상을 받았으며, 이어서 1989년 무렵에는 상온 핵융합으로 세계과학계가 들썩거렸다. 19세기 말에 발견된 신기한 현상들이 20세기 초의 과학혁명으로 연결되었듯이 20세기 말의 새로운 발견들이 21세기에 초과학혁명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닌가 전율이 오기도 했다. 그러나 상온 핵융합은 잘못된 것으로 판명되었고 앞의 두 가지는 양자역학의 범위 안이었다.
과학자들은 신기한 자연현상을 자세하게 관찰하고 이론적으로 분석해서 새로운 과학을 만들어왔다. 해의 주위를 돌던 행성들의 운동과 지구 주위를 돌던 달의 운동을 관찰해 중력법칙이 나왔고 19세기 말부터 관찰된 자연현상들의 수수께끼를 푸는 과정에서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이 나왔다. 중력법칙과 양자역학과 상대성 이론 등은 모두 기존의 상식을 뒤엎는 초과학이었다. 21세기에 들어선 지금도 과학자들은 새로운 과학의 존재를 탐구하고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자연계에서 반중력현상은 아직 관찰되지 않았다. 또 우주 탄생 초기에 초광속 이동의 팽창이 있었다고 가정하는데 지금은 그런 일이 관찰되지 않고 있으며 물질의 순간적 원격이송도 자연계에서는 아직 관찰된 적이 없다. 그래서 공상과학에서 전망하는 반중력, 초광속 이동, 원격이송 등의 초과학은 애초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며 타임머신은 말할 것도 없다.
인류의 미래에 대해 답답한 전망을 하자면 이제 더 이상의 새로운 과학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계속되겠지만 상대성 이론이나 양자역학을 뛰어넘는 전혀 새로운 과학의 탄생은 영영 없을지도 모르겠다. 공상과학에서는 수백 년 후에 인간은 우주로 진출하여 광대한 은하들의 세계에서 활약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실제로는 수천 년이 지나도 인류는 태양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인간들끼리만 계속 지지고 볶고 살다가 서서히 혹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우주는 무한히 크고 넓으니 어딘가에는 우리 인류보다 과학과 기술이 월등히 발전된 문명화된 외계인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도 어느 수준 이상의 과학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자기들만의 좁은 세계에 고립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스타트랙의 세계관과는 달리 과학은 시간이 지나도 무한하게 계속 발전하지는 않을 것 같다.
구자용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June 25, 2020 at 11:59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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