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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의 입] ‘박근혜 시계’ 진품 원본, 언박싱합니다 - 조선일보

[김광일의 입] ‘박근혜 시계’ 진품 원본, 언박싱합니다 - 조선일보

입력 2020.03.03 18:32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이만희 총회장이 어제 오후 국민 앞에 나와 큰절을 두 번 하면서 우한 코로나 감염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이만희 총회장은 여든아홉 살이다. 우리 나이로 아흔 살이다. 그런데 난데없이 아흔 노인인 그가 왼손에 차고 나온 손목시계가 온종일 논란이 됐다. 이만희 총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친필 이름, 그리고 청와대 봉황 무늬가 새겨진 금장(金裝) 시계를 차고 나왔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사태 초기에는 ‘신천지’란 이름과 ‘새누리당’의 ‘새누리’가 똑같은 이름이라느니 하는 괴소문이 떠돌더니, 최근까지도 ‘신천지와 미래통합당 연루설’이 인터넷에 퍼지고 있던 참이었다.

일단, 어제 신천지의 이만희 총회장이 차고 나온 시계와 박근혜 대통령 시계의 진품을 오늘 이 자리에서 현물로 비교해드리겠다. 박근혜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인사들은 이만희 총회장이 차고 나온 금장 시계가 "100% 가짜"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이 조그만 종이박스는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 있을 때 구했던 대통령 시계다. 그때 상태 그대로 박스를 열지 않고 보관해왔다. 우리 제작진도 속 내용물을 아직 보지 못했다. 손도 안 댄 원본 진품 ‘박근혜 시계’다. 여기 커터 칼이 있다. 이 칼로 박스를 열어보도록 하겠다.

얼핏 형태를 비슷해 보인다. 그렇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한두 가지가 다른 게 아니다. 우선 색깔부터 다르다. 이만희 총회장이 찬 시계는 금장이다. 여기 방금 언박싱(unboxing)한 진품 박근혜 시계는 은장(銀裝)이다. 이만희 총회장 시계는 시간 숫자판이 막대 모양으로 되어 있고, 박근혜 진품 시계는 다트, 즉 ‘점’ 형태로 디자인 돼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할 수 있는 박근혜 서명 글씨를 보겠다. 이만희 총회장 시계는 박근혜 친필 서명 글씨를 흉내 내긴 했으나 ‘박근혜’의 ‘박’이란 글씨에서 ‘ㅂ’ 부분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 태엽을 감는 장치를 보면, 이만희 총회장 시계는 그 부분이 돌출돼 있고, 박근혜 시계 진품은 지지대에 의해 매입돼 있는 디자인이다. 여러 차이점을 초등학생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시계’는 3000개 한정판으로 만들었고, 그나마 당시 청와대에서는 정말 ‘짠돌이’처럼 시계를 나눠주는데 아낀다고 해야 할까, 거의 인색할 정도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시계가 누구한테 가는지를 체크한다는 소리도 들렸다.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거의 구경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심지어 친박 핵심 인사들도 시계 선물을 못 받아서 서운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청와대 인사들은 "그 때문에 일부 시계업자들이 가짜 기념 시계를 제작해 판매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만희 총회장이 찬 시계도 그런 경우로 보인다"고 했다. 당시 청와대 기념품 제작을 담당했던 총무비서관 관계자도 "박근혜 정부에선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련된 법률’에 의해서 한 종류의 시계만을 납품 받았고 다른 디자인은 없었다"고 확인했다.

여러 모델의 시계를 만들었던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이다. 이전 대통령들과 달리 노무현 대통령은 시곗줄을 가죽 대신 처음으로 메탈로 만들었다. 시계는 네모 형태와 동그란 형태 두 가지 모델이 있었으며, 동그란 형태는 한국시간과 현지시간을 함께 볼 수 있도록 듀얼 형태로 만들었고, 자이툰 파병 장병에게 주었다고 해서 ‘자이툰 시계’라고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 당시에는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라고 새긴 벽시계도 나왔었다.
그렇다면 다시 본 이야기로 돌아와서, 신천지 교회 이만희 총회장이 차고 나온, 박근혜 전 대통령 이름이 새겨진 시계는 ‘짝퉁’이 확실해 보이는데, 이 총회장은 왜 이런 짝퉁 시계를 차고 나왔을까. 인터넷 댓글 창에 오간 얘기들처럼 순수하게 이만희 총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존경해서…"였을까. 아니면 "박근혜 시계를 차면 대구·경북 주민들이 이만희의 잘못을 용서해 줄 것 같아서…"였을까. 아니면 "인터뷰 전 (어떤 정치세력과) 무슨 사전 각본에 의해서…"였을까. 아직도 날씨가 제법 쌀쌀했는데, 아흔 노인이 맨살 팔목과 시계가 잘 보이도록 반팔 와이셔츠를 입고 나왔다는 것은, 그 시계가 언론 사진에 노출될 것이라는 점을 미리 계산한 것이 확실해 보이는데, 왜 그랬을까. 이와 관련 김진태 통합당 의원은 긴급 논평을 통해 "나 이렇게 박근혜와 가깝고 야당과 유착돼 있다는 것을 알렸으니 나 좀 잘 봐달라는 메시지 아니었을까"라면서 "이만희 교주는 이 시계를 누구로부터 받았는지 명확히 밝혀라. 그러지 않으면 온 국민을 상대로 저열한 정치공작을 시도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고 했다.

김진태 의원의 지적처럼 이만희 총회장의 ‘짝퉁 박근혜 시계’에서 ‘저열한 정치공작’의 냄새가 난다면, 이제 우리의 질문은 다음으로 이어진다. 이 역시 인터넷 댓글에서 이미 여러 사람이 제기했던 의문이다. "신천지와 박근혜(전 대통령)가 연결되었다면서 ‘박근혜’에게 정치적으로 덮어씌우면 과연 누가 좋을까?" "이 시점에서 이만희(총회장)가 ‘박근혜 짝퉁 시계’를 내보이면 누가 이득을 볼까…이득 보는 인간이 범인인 것이지."

문재인 대통령, 박원순 서울시장, 이낙연 전 총리, 김부겸 의원, 진영 행안부 장관 등등 여권이 한 목소리로 신천지를 지목하고 엄단하라고 집중 포화를 쏟아 붓고 있다. 신천지 교회가 사과했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의 결정적 변수라는 점에서 비판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정부 여당이 방역 실패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신천지 핑계를 대는 것은 정치적으로 얄팍해보일뿐더러, 순전히 방역을 위해서도 옳지 않다. 현재 미래통합당은 이만희 총회장을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이만희 총회장이 미래통합당의 전신 격인 ‘새누리당’의 당명을 지어주었다고 주장했다는 이유다. ‘짝퉁 시계 논란’과 관련, 신천지 측에서는 "해당 시계는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받은 것이 아니라 6~7년 전 정치 활동을 했던 성도가 선물한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이런 해명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신천지 교회 측은 이만희 총회장이 왜 ‘짝퉁 박근혜 시계’를 차고 나왔는지 그 이유를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2020-03-03 09:32:56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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