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끝마다 '선배님', 스키니 바지·에어팟 금지…군대인가 대학인가 - 한겨레

전북지역 대학교 신입생 ‘군기문화’ 논란
스키니바지 흰바지·키높이 구두 금지
누리꾼 “요즘 군대도 이렇게는 안한다”
학교 “진상파악 중…사실이면 조치할 것”

군기 문화를 폭로하는 내용이 올라온 SNS 캡처 화면.

전북지역 한 대학교에서 신입생에게 시간대별 연락요령을 숙지하도록 하고, 스키니 바지 금지 등의 복장양식 등을 강요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1일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전북지역 한 대학교의 악습을 폭로하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 게시자는 ‘신입생 공지, 캠퍼스 내에서 지여야 할 것’이라며 단체대화방 캡처화면을 공개했다. 이 글은 신입생이 지켜야 할 사항으로 연락 양식, 복장 양식, 인사양식 등 3가지로 나눠 안내했다. 연락 양식은 신입생이 선배에게 연락할 때 △쉼표, 물음표, 느낌표 등 이모티콘 사용 금지 △00시∼09시에 연락시 ‘이른 시간에 연락드려 죄송합니다. 선배님’이라는 표현 사용△21시∼00시에 연락시 ‘늦은 시간에 연락드려 죄송합니다. 선배님’이라는 표현 사용 △날이 바뀌면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누구입니다’이라는 문장 붙이기 △말끝마다‘선배님 혹은 교수님’붙이기 △술을 마시면 반부대(반 부대표)에게 연락하고 반부대는 이를 선배에게 알리기 △집 갈때 간다고 연락하기 등이다. 복장 양식은 1980년대 복장 규제를 연상케 했다. 스키니, 찢어진 형태의 바지, 흰바지, 슬랙스 바지 금지하고, 귀가 보이게 머리 묶기, 구두·키높이 운동화 금지에 에어팟(무선 이어폰)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양말은 꼭 신도록 했다. 인사 양식은 교수, 조교, 선배 순으로 인사해야 하며 교수가 있으면 선배들에게 먼저 인사하지 않도록 했다. 3학년 선배가 있으면 2학년에게 먼저 인사하지 말라고도 안내했다. 누리꾼들은 해당 글에 5천개에 가까운 댓글을 달고 대학가의 이런 군대 문화를 성토했다. 누리꾼들은 “신입생들과 몇살 차이가 나는지는 모르지만 대학생으로서 참으로 잘 나셨습니다”, “학교 망신 다 시킨다”, “이런 문화 때문에 대학 가기가 싫어진다”, “요즘 군대도 이렇지는 않다” 등의 의견을 남겼다. 한 누리꾼은 “지금이 어느 시국인데 저런 걸 하나. 대학에 왔으면 조용히 공부해서 취직할 생각을 해야지”라고 비판했다. 해당 대학 관계자는 “에스엔에스에 이런 글이 게시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진상을 파악하는 중이다. 사실이라면 건전한 학내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적절한 조처를 하겠다”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2020-01-12 05:57:3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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