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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역 김군 동료 “조국 딸 논란은 '있는 사람들'의 딴 세상 이야기” - 한겨레

구의역 김군 동료 “조국 딸 논란은 '있는 사람들'의 딴 세상 이야기” - 한겨레

노동자단체 ‘청년 전태일’, ‘출발선은 같은가?’ 공개 대담회
등기우편·법무부 통해 참석 요청했지만 조 후보자 끝내 불참
“부모 자산 대물림 ‘불공정’ 청년 분노에 답변하라”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이크임팩트스퀘어에서 청년노동자 단체 ‘청년 전태일’ 주최로 열린 공개 대담회 ‘조국 후보 딸과 나의 출발선은 같은가?’에 참가한 청년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이크임팩트스퀘어에서 청년노동자 단체 ‘청년 전태일’ 주최로 열린 공개 대담회 ‘조국 후보 딸과 나의 출발선은 같은가?’에 참가한 청년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 저는 이번 조국 후보의 딸과 관련한 논란이 불편합니다. 이마저도 ’있는 사람들‘끼리의 논란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입시 제도가 공정한가’ ‘고등학생의 논문 제 1저자 등재는 가능한가’와 같은 논란은 모두 대학에 갈 수 있는 사람들에게나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대학을 일찌감치 포기한 채 19살 때부터 노동을 해야만 했던 저희에게는 딴 세상 이야기일 수밖에 없습니다.” 3년 전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가 목숨을 잃은 ‘구의역 김군’의 동료 정주영(22)씨는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을 지켜보며 자신이 느낀 박탈감을 이야기하다 목소리가 떨렸다. 동대문에서 재봉사로 일하는 부모님을 둔 정씨는 중학교 시절 넉넉하지 않은 집안 형편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공고에 진학했다. 인문계고나 자사고·특목고에 다니는 친구들이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열아홉살 때, 돈을 벌기 위해 당시 서울메트로의 하청업체 은성 피에스디(PSD)에 취업했다. ‘김군’의 사고를 계기로 정규직 전환이 될 때까지 정규직보다 많게는 4분의 1 수준의 급여를 받는 비정규직이었다. 정씨는 “공고에 입학해 채 졸업도 하기 전에 저임금·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사고로 죽는 동료를 지켜봐야 했던 우리와 부모의 전적인 지원을 받아 엘리트의 삶을 살게 되는 청년들의 출발선이 어떻게 같을 수 있겠나”라고 하소연했다. 31일 청년노동자 권리 증진 단체 ‘청년 전태일’은 서울 종로구 마이크임팩트스퀘어에서 ‘조국 후보 딸과 나의 출발선은 같은가’를 주제로 조 후보자와 2030 청년들의 공개 대담회를 열어 ’흙수저’ 2030 청년들이 느끼는 박탈감과 바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지난 29일 기자회견과 등기우편에 이어 30일 법무부 대변인실을 통해 조 후보자에게 대담회 참석을 요청했지만, 조 후보자는 참석 여부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았고, 이날 행사에도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대담회는 최근 조 후보자 딸의 대학 입학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을 규명하라는 목소리가 서울대와 고려대 등 소위 ‘명문대 학벌’을 가진 1%의 청년들을 중심으로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비정규직·지방대생·고졸자 등 99%의 청년들의 목소리도 대변돼야 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이크임팩트스퀘어에서 청년노동자 단체 ‘청년 전태일’ 주최로 열린 공개 대담회 ‘조국 후보 딸과 나의 출발선은 같은가?’에 참가한 청년들이 손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이크임팩트스퀘어에서 청년노동자 단체 ‘청년 전태일’ 주최로 열린 공개 대담회 ‘조국 후보 딸과 나의 출발선은 같은가?’에 참가한 청년들이 손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대담에 참석한 청년 패널들은 조 후보자와 딸에 대한 논란을 보며 ‘흙수저’ 청년들이 느끼는 무력감과 박탈감을 하소연했다. 실업계고 졸업 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왔다는 곽찬호(24)씨는 “5년 전 아버지가 위암으로 쓰러지시고, 어머니 역시 건강이 악화해 내가 편의점에서 일해 받는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로 4인 가족이 생활해왔다. 대학은 사치이고, 거의 매일 컵라면과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나는 이번 생에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이 가난과 절망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며 “오늘 조 후보자를 만나면, ‘흙수저’로 태어난 청년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올해 1월 특성화고를 졸업한 뒤 중소기업에 취업했지만 노골적인 ‘고졸 차별’을 겪고 퇴사, 재취업을 준비 중이라는 ㅅ(19)씨는 “사회 생활을 빨리 하고 싶어 상고에 진학해 3년간 내신 관리와 자격증 취득에 힘썼지만, 어렵게 취업한 회사에서 특성화고 출신이라는 이유로 ‘유치원생 수준으로 가르쳐야 돼’라는 모욕적인 발언을 들었고, 친구들은 ‘○○상고’ 등의 별명으로 불렸다”며 “학교 생활을 정말 열심히 했지만 세금·식비를 떼면 최저임금을 밑도는 급여와 사회적 편견·무시를 겪으며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는 계급이 존재한다는 걸 깨달았다. 조 후보자가 청년들의 문제를 제대로 살펴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조 후보자를 향해 ‘공정한 사회’를 외친 대학생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한 답변도 나왔다. 홍익대에 재학 중인 김아무개(25)씨는 “처음엔 조 후보자의 딸이 고교 시절 의학 논문 제1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에 대학생으로서 크게 분노했다. 하지만 최근 나 자신도 부모님의 도움과 지원을 받아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며 “부잣집 아들은 아니지만, 부모님의 정보력으로 자사고에 입학했고 월 40만원의 학원비를 낼 수 있었다. 서울에 집이 있는 부모님 덕분에 주거비를 고민하지 않을 수 있었다. 나 역시 특권을 누렸던 것”이라며 그동안 자신이 외면했던 ‘계급’ 문제에 대한 뒤늦은 인식과 반성을 고백했다. 이날 대담회에 참석한 50여명의 청년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출발선에 청년들은 분노한다’고 적힌 손현수막을 들고 “조국 후보 사퇴 진영논리에 2030 청년 분노를 재단 말라”, “부자만의 특권 부추기는 특목고 자사고 폐지하라”, “불공정 입시전형 특권 입시 제도 전면 폐지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선경 청년민중당 공동대표(35)는 “조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이 돼야 하냐 아니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다른 법무부 장관 후보를 데려온다고 해도 그 역시 기득권인 검찰 출신이거나 강남 특권층일 것이기 때문”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조 후보자는 딸로 인해 촉발된 청년들의 분노를 제대로 직시하고, 부모의 자산과 소득이 자녀에게 대물림돼 태어날 때부터 인생이 결정되는 불공정한 사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청년들에게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2019-08-31 08:04:52Z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0790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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