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기술 대비 설치비 67%↓ 무설치 대비 콩 수량 31% 향상
50년 전쯤 한국은 통일벼가 보급되면서 ‘보릿고개’가 사라졌다. 이제 시장과 마트에 가면 먹을거리가 넘친다. 어린 아이들은 "보릿고개가 뭔데요. 먹을 게 없으면 라면이나 즉석식품을 먹으면 되잖아요"라는 얘기를 스스럼없이 할 정도로 풍요로운 세상이다.
보릿고개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해 본 나이 든 사람들 입장에서는 조금은 황당하지만 그래도 한국이 먹고 살만해졌다는 얘기로 들려 기분이 좋다.
물론 한국의 농업 생산기술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생명·유전공학(우수 농축산 품종), 기계공학(농기계), 화학(비료·농약), 정보통신공학(생산관리)등의 첨단과학이 농업에 접목되면서 한국의 농업 생산성은 급격히 향상됐다.
대표적인 곡물이 한국인의 주식인 쌀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쌀 자급률은 2016년 104.7, 2017년 103.4, 2018년 97.3으로 수급에 큰 문제가 없다. 남아도는 쌀을 처리하는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가 부각될 정도다.
하지만 다른 곡물의 자급률은 쌀과 상황이 다르다. 2018년 기준으로 한국의 전체 식량자급률은 46.7%로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보리쌀은 쌀을 제외한 곡물 가운데 가장 높지만 32.6%에 불과하다. ▲콩 25.4% ▲옥수수 3.3% ▲밀 1.2% 등의 자급률은 형편 없다. 사료용을 더한 곡물자급률은 밀과 옥수수가 각각 0.7%에 불과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료용을 더할 경우 콩의 곡물자급률 역시 6.3%에 그친다.
자급률이 지나치게 낮은 콩이나, 옥수수, 밀 등의 곡물 재배를 확대해 생산량을 늘리고 싶지만 이 마저도 쉽지 않다. 농지의 특성 때문이다. 한국의 논은 물 빠짐이 좋지 않은 사실상 습지다. 습기가 많은 땅을 싫어하는 이들 곡물을 재배하기 쉽지 않다. 한국의 전체 논 면적은 83만ha(헥타르, 1㏊=0.01㎢)로 전체 농지(158만 1000ha)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논의 물빠짐을 개선해 콩이나, 옥수수, 밀 등을 재배하기 위한 다양한 영농기법 개발이 시도되는 이유다.
논에서 재배하는 밭작물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최근 개발된 다양한 기술 중 주목할 만한 것이 ‘무굴착 암거(땅속) 배수 기술’이다.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에서 개발해 시범사업으로 진행했다.
농진청은 논에서 밭작물을 재배할 때 생기는 침수나 과습 피해를 줄이는 저비용 물관리 기술을 활용해 무굴착 암거배수를 개발했다. 일반 트랙터에 매설기를 연결해 트렉터를 주행하면서 부직포로 감싼 땅 속 배수관과 충전재인 왕겨를 묻으면 된다.
이미 실증 작업도 마쳤다. 농진청이 지난해 당진시에서 물빠짐이 좋지 않은 논에 무굴착 암거배수 기반을 조성한 후 콩을 재배해 생산성을 평가한 결과, 콩 수확량은 10a당 416kg으로 무설치 재배 279kg보다 40% 이상 증가했다.
무굴착 암거배수 기술은 2018년 당진시와 군위군 등 4개 시군에 각 지구당 2ha 규모로 농가에 보급됐으며, 2019년에 7개 시군(경기 이천시·강원 홍천군·충북 보은군·충남 금산군·충남 홍성군·경북 영주시·경남 합천군)으로 확대됐다.
농진청은 앞으로 영농현장 실증평가와 신기술 시범사업을 거친 후, 현 정부가 추진하는 ’농경지 배수개선사업‘ 기술을 반영해 농가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태욱 농진청 생산기술개발 과장은 "논의 생산기반을 조성해 논 이용의 다양화와 밭작물 재배면적을 확대하는 데 기여할 것이며, 앞으로 정책 사업을 적극 반영하고 농가 기술 보급에도 힘써 국산 밭작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July 11, 2020 at 09:32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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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과학] 습지 싫어하는 콩, 물빠짐 나쁜 '논’에서도 ‘쑥쑥’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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