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동굴 천장을 빼곡히 메운 수많은 박쥐를 뒤로 한 채 날아오르고 있는 박쥐의 모습을 표지에 실었다. 박쥐는 동굴 속에서 휴식을 갖다 먹이를 찾기 위해 밤에 날아오른다. 과학자들은 이들이 먹이를 찾을 때 주변 나무를 무작위로 헤메는지, 아니면 주변 지형지물이나 먹이가 많은 지역을 머릿속에 담고 비행에 활용하는 ‘인지 지도’를 갖추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달아 날려보내는 시도해 왔다.
란 나단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생태진화및행동학부 교수 연구팀과 요시 요벨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동물학부 교수 연구팀은 아프리카 전역에 살며 과일을 먹이로 삼는 박쥐인 이집트과일박쥐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인지 지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를 각각 이달 10일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나단 교수팀은 4g 무게의 GPS 장치와 연동한 박쥐 이동정보시스템 ‘ATLAS’를 개발해 박쥐의 동선을 기록했다. 이집트과일박쥐는 다 자라면 몸무게가 110~170g으로 박쥐에게 4g의 GPS 장치는 작은 가방을 메게 한 정도로 가볍다. 연구팀은 박쥐 서식지 주변 882㎢ 내 박쥐의 주 먹이인 과일이 달린 과일나무가 포함된 상세한 지도를 만든 후 여기에 박쥐 172마리가 4년간 남긴 3449회 비행, 1800만 개 위치 정보를 표시했다.
박쥐들은 과일이 많이 열린 나무, 서식지 동굴 등을 비롯한 여러 랜드마크를 기억하고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변 나무를 무작위로 돌며 과일을 찾는 대신 목표를 분명히 설정하고 직선으로 비행해 먹이를 찾는 동선을 주로 보인 것이다. 여기에 지름길을 활용하는 것도 밝혀졌다. 머릿속 인지 지도를 이용해 이전에 이용한 경로가 아닌 더욱 빠른 길을 찾아내 이동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지 지도가 어떻게 갖춰지는지 보려면 새끼의 이동 동선을 파악해야 하지만 4g으로 줄인 GPS 장치도 새끼에게는 너무 무거웠다. 요벨 교수팀은 대학 내에 박쥐의 서식처를 만들어 문제를 해결했다. 박쥐가 서식처에서 쉬는 동안만 근거리 무선통신으로 저장했던 박쥐의 비행 정보를 내려받는 방식을 활용해 GPS 장치의 무게를 0.42g까지 줄였다. 연구팀은 이 장치를 새끼 박쥐 22마리에게 붙여 박쥐가 자라며 어떻게 인지 지도를 갖추는지를 살폈다.
새끼 박쥐는 생후 70일이면 자신만의 인지 지도를 만들었다. 박쥐는 70일이면 인지 범위가 이미 성인 박쥐의 범위인 60㎢까지 늘었고 이후에는 지도의 크기를 늘리는 탐험비행도 다녔다. 어린 박쥐 또한 과일이 많이 달린 나무를 기억하고 지름길을 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단 교수는 “이동 생태학은 추적기술의 발전으로 이전에 답할 수 없던 질문을 풀 수 있는 열쇠를 줬다”며 “수수께끼와 같은 다양한 자연 현상을 계속해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July 12, 2020 at 07:48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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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로 읽는 과학]박쥐는 머릿 속 이미지로 길을 찾는다 -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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