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8일 비자금 횡령과 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78) 전 대통령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징역 23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징역 20년을 구형했던 1심보다 더 강한 처벌을 요구한 것이다.
검찰은 이날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뇌물 등 혐의 결심공판에서 징역 23년과 벌금 320억원을 구형하고, 약 163억원의 추징금을 명령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대통령 재임 중 직무 관련으로 받은 뇌물은 다른 범죄와 분리해 선고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뇌물수수와 횡령 혐의를 나눠 구형했다.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7년에 벌금 250억원, 추징금 약 163억원을 요청했고, 횡령 등 나머지 혐의에는 징역 6년에 벌금 70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국민에게 부여받은 권한을 사익추구 수단으로 남용해 헌법 가치를 훼손했다”며 “1심의 징역 15년은 사안의 중대성이나 다른 사건과의 비교 등을 생각하면 너무 가볍다”고 주장했다.
이어 “거액의 뇌물을 수수하고 대가로 자리를 챙겨주는 소설 같은 일이 현실로 일어났다”며 “기업의 현안을 직접 해결해줌으로써 국민의 대표가 되는 것을 스스로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많은 진술과 방대한 물증은 이 사건의 당사자로 피고인 한 명만을 가리키고 있다”며 “그런데도 자신의 잘못을 한순간도 인정하지 않고 오직 남 탓만 하며 책임 회피에 몰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이 저지른 반헌법적 행위를 처벌해 법치주의의 근간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며 구형 배경을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은 1992~2007년 다스(DAS)를 실소유하면서 비자금 약 339억원을 횡령하고 삼성에 BBK 투자금 회수 관련 다스 소송비 67억7000여만 원을 대납하게 하는 등 16개 혐의로 2018년 4월 기소됐다.
검찰은 1심에서 징역 20년에 벌금 150억원, 추징금 약 111억원을 구형했다. 항소심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의 뇌물액이 약 50억원 추가되면서 구형량도 덩달아 늘었다.
1심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자이고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5년, 벌금 130억원, 추징금 82억원을 선고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법원의 보석 결정으로 석방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2020-01-08 05:28:33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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